1970년대, 묵호항의 배는 오징어와 명태로 늘 만선이었습니다. 배에서 내린 어부들은 생선을 팔아 동생들 결혼도 시키고 아이들 서울유학도 보냈습니다. 먹고 살 길이 많아 일자리를 찾는 청년과 타지에서 결혼해 들어오는 새색시로 넘쳐났습니다.
묵호항에서는 배가 태백, 삼척으로 석탄을 운반하거나 사람을 실어 나르기도 했습니다. 여객선을 기다리며 시간을 때우는 이들은 빈 시간을 이용해 만화방이나 책방을 찾았습니다. 그 시절 묵호에는 오징어, 명태를 말리는 냄새와 인쇄소의 석유 냄새, 그리고 사람 사는 냄새가 뒤섞였습니다.
1980년대 동해항이 개항하고 오징어, 명태 수도 급감하였습니다. 묵호는 썰물처럼 사람이 빠져나가고 나가지 않은 사람만 모여 사는 고요한 도시가 되었습니다. 동해시에서는 과거 출판사, 신문사, 인쇄소가 성업했던 동호지구에 '동호지구 바닷가 책방마을 조성사업'을 수립해 2018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특별위원회 심의를 통과시켰습니다.
활기를 잃은 동호지구에 지역 특색을 살려 문화공간을 만들고 주민생활 환경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개선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입니다.
연필뮤지엄 옆에는 아이들이 책을 읽는 동상이 곳곳에 놓인 맨발공원이 있습니다. 맨발공원을 지나면 발한도서관이 나오니 이 코스만 걸어도 절로 책이 읽고 싶어집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주민들에게 휴식공간과 문화공간을 준 것 외에도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집수리지원사업으로 노후하고 낡은 107가구의 집의 지붕, 담, 창 등을 깔끔하게 수리했습니다. '바닷가 책방마을 사회적 협동조합' 직원은 마을 위에서 바라보았을 때 빨간 지붕인 집은 거의 이때 수리된 곳이라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동호지구는 도로가 좁아 소방차나 구급차, 일반 자동차가 들어올 수 없어 안전상 위태롭고 불편했습니다. 이제는 소방도로와 소방시설,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어 자동차로 오갈 수 있습니다. 빨갛게 칠해진 도로가 이곳 노인들의 걱정을 한시름 덜어준 소방도로입니다.
동해시 소유 주택 중 위험할 정도로 낡은 곳은 철거하여 주민소통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커뮤니티 센터와 공적임대주택, 파란발전소(연필뮤지엄)가 그렇습니다. 2021년 8월 설립된 '바닷가 책방마을 사회적 협동조합'이 커뮤니티 센터와 동호지구 시설물을 관리와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 “바닷가 책방마을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 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경제, 교육, 환경, 문화, 보건, 복지 등 다양한 영역 에서 지역 주민들과 협력하여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일익을 담당할 것입니다.